조는 천천히 눈을 뜨며 그녀의 몸과 마음을 조절하고 있는 것 같은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다. 집중된 노력으로 그녀는 두 눈을 방안에 고정시켰다. 처음엔 예쁜 벽지가, 그리고 나서는 열린 창문에서 흔들리는 커튼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발밑의 세계를 믿을 수 없는 사람처럼 그녀는 몸을 밀어올려 앉은 자세를 취했다. 고맙게도 모든 것은 꼼짝도 않고 있었다. 현기증은 가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창밖의 긴 그림자들로 보아, 그 날도 역시 가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그렇게 앉아서 방향을 잡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날 아침에 있었던 대화가 갑자기 그녀에게 왈칵 몰려오자,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곧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러나 지금 입고 있는 잠옷이 누구 것인지, 어떻게 해서 그 잠옷을 입게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워너 박사의 영상이 그녀의 마음 속에 스쳐갔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은 것과 그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상한 뜨거움이 그녀의 피를 타고 흘렀다. 그녀는 열을 재느라고 이마와 뺨을 만질 때 그의 손길이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생생하게 기억했다.
로맨스 작가, 소설가
패트시아 케이레는 남녀간의 갈등과 관계를 고리로 사랑을 전개하는 탁월한 로맨스 작가이다. 따라서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진진하며 서스펜스가 가득하다. 근래에 보기드문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