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 0 0 9 10 0 4년전 0

나이 60, 다 그런거야5-아무 것도 몰랐다

이제 인생길을 내려오고 싶었고, 내려와 터벅터벅 걷고 싶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천재도 엘리트도 아니다. 나에게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쇠퇴해간다는 자각 밖에 없었다. “죽을 때까지 현역!!”하고 외치며 스커트를 넓게 퍼뜨리며 빙그르 돈 동갑 친구도 있었다. ‘난 이제 됐다!!’ 쉰밖에 안 먹어 보이는 그 친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었다. 자식들이 성장하고 나서, 나는 아무런 역할도 없었다. 나는 갈팡질팡 할뿐이며, 그래도 그날그날을 살고, 먹고, 싸고, 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깔깔대며 웃고, 시선을 하늘보다 지면을 향하며, 봄의 징조인 머위대를 찾으러 가서 감동하고, 도둑처럼 머위대를 모아다 조림을 만들어 밥에 얹고는 ‘맛있다.’고 신음하는 것이었다. 지면에 ..
이제 인생길을 내려오고 싶었고, 내려와 터벅터벅 걷고 싶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천재도 엘리트도 아니다.
나에게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쇠퇴해간다는 자각 밖에 없었다. “죽을 때까지 현역!!”하고 외치며 스커트를 넓게 퍼뜨리며 빙그르 돈 동갑 친구도 있었다. ‘난 이제 됐다!!’ 쉰밖에 안 먹어 보이는 그 친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었다. 자식들이 성장하고 나서, 나는 아무런 역할도 없었다. 나는 갈팡질팡 할뿐이며, 그래도 그날그날을 살고, 먹고, 싸고, 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깔깔대며 웃고, 시선을 하늘보다 지면을 향하며, 봄의 징조인 머위대를 찾으러 가서 감동하고, 도둑처럼 머위대를 모아다 조림을 만들어 밥에 얹고는 ‘맛있다.’고 신음하는 것이었다. 지면에 활짝 핀 팬지와 이름 모를 작은 흰 꽃을, 쭈그리고 앉아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있다.
그 때, 나는 깊고 절실하게 몸 속 가장 깊은 곳에서 행복하다, 이런 행복 태어나서 처음이야, 언제 죽어도 좋다만 오늘이 아니어도 좋아, 라고 생각했다. 의미 없이 살아도 인간은 행복한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하며 실실 웃으며 왔다. 목숨이 굴러 떨어지고 있는 판에 실실 웃다니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얼굴은 여전히 실실댔다.
일 따위 하고 싶지도 않다. 돈 걱정하면서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암흑에 갇혀버린 것 같았지만, 심하게 자주 갇혀 고민해 봤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걱정한다고 치매에 안 걸린다는 보장도 없고, 102살까지 사는 걸 막을 수도 없고, 지금 운 좋게 심장 발작이 덮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힘을 초월한 일이다.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65살, 내가 설마 65살? 당연하고 아무 일도 없는데, 어디선가, 어 설마 거짓말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 지나고 나니 모는 게 욕심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들이 타인의 삶과 같다. 아무 것도 몰랐다. 나를 찾아가는 길, 그곳엔 돈도 명예도 다 부질없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바라본 시선과 유머가 빛나는 아름다운 에세이이다.
시네모 요코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1938년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6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만년에 에세이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