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의 노천명 시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음은 필경 슬픈 것만은 아니리라. 세속적으로도 죽음은 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지만, 그것은 때로 풍후(豊厚)한 대상을 돌려 받는 경우가 결코 없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예수의 죽음이 만인류에게 구령(救靈)의 길을 개척하여 놓은 것처럼.
고인이 주로 출입하셨다는 문인사회의 사정은, 문외한인 처지로서는 알 바 아니지만 어쨌든 전체로 희망과 이성을 잃고 마치 아귀와 축생의 세계를 방불케 하는 작금의 세태와 풍조 가운데 있어, 한 지인의 죽음을 앞에 놓고 묵상하는 것은 확실히 자성(自省)과 정사(靜思)에의 계기가 되어질 것을 믿는다. 그리고 이것은, 고인의 영전에 바칠 수 있는 가장 향기 높은 꽃다발이기도 할 것이다.
김홍섭(金洪燮)
생존년대: 1915년~1965년
학력 및 경력: 일본대학 전문부 중퇴. 법조인. 조선변호사 시험 함격. 중앙대 강사. 대법원 판사. 서울고법원장.
저서 및 작품: ‘무상을 넘어서’, ‘춘무의’. ‘춘향과 누갈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