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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리(色里)의 얼굴 외 2편_김환기 대표 수필집

비가 흡족히 젖어 흐르면 목욕탕에 들어 간다. 해부학(解部學)은 수술대 위에서 사용되되, 인체를 구성하는 데는 거짓말이 된다. 반드시 그는 그렇게 모가지가 길어야만 하고, 동체(胴體)가 짧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가 미지근한 물 속에서 콩나물같이 솟아 올라 3색 타월을 사용하고, 목욕탕 옥상엘 산책할 맨, 흐르던 비가 걷히고 지상에 한 오라기의 그늘도 지지 않았다. 춘사(春蛇)가 밤(栗) 꽃을 꽂고 실안개처럼 등나무 어귀에 이르렀을 때, 옥상의 여심은 오수(午睡)에 흔들리는 손수건에 윙크를 받아, 아직도 탕기(湯氣)가 뭉게뭉게 떠오르는 몸뚱아리를 풀어 헤치고, 하늘에 뻗어 오를 듯 기지개를 내뽑는다. 그만 나는 지래토의 잎사귀로 왼편 흉부에서부터 배꼽을 중심 삼아 바른편 허벅다리 선(線)을 내리그었..
비가 흡족히 젖어 흐르면 목욕탕에 들어 간다.
해부학(解部學)은 수술대 위에서 사용되되, 인체를 구성하는 데는 거짓말이 된다.
반드시 그는 그렇게 모가지가 길어야만 하고, 동체(胴體)가 짧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가 미지근한 물 속에서 콩나물같이 솟아 올라 3색 타월을 사용하고, 목욕탕 옥상엘 산책할 맨, 흐르던 비가 걷히고 지상에 한 오라기의 그늘도 지지 않았다.
춘사(春蛇)가 밤(栗) 꽃을 꽂고 실안개처럼 등나무 어귀에 이르렀을 때, 옥상의 여심은 오수(午睡)에 흔들리는 손수건에 윙크를 받아, 아직도 탕기(湯氣)가 뭉게뭉게 떠오르는 몸뚱아리를 풀어 헤치고, 하늘에 뻗어 오를 듯 기지개를 내뽑는다.
그만 나는 지래토의 잎사귀로 왼편 흉부에서부터 배꼽을 중심 삼아 바른편 허벅다리 선(線)을 내리그었다.
사실로 이러한 선을 그린 것이 아니라, 대학병원 정형외과 제2호 병실의 둘째 침대에 누워 나는 이러한 선을 생각해 보았다.
김환기
호: 樹話, 생존년대: 1913~1974
출생지: 전남 무안
학력 및 경력: 일본대학교 예술학부 미술과 졸업, 서양화가, 서울대 미대 교수역임, 국전심사위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장, 예술원 회원.
저서 및 작품: <파리의 우울> <선(線)>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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