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혼자, 밤에도 혼자, 들어와도 혼자, 나가도 혼자, 내 생활은 단조(單調)하였다. 하루는 저녁을 먹고 해변을 소요(逍遙)하였다. 저녁 노을은 너물너물 넘어가 붉은 하늘이 희어지고, 흰 하늘이 검어져 멀리 번쩍이는 수파(水波)도 보일락말락하며, 수평선 흐려지고 만다. 나의 걷는 발자국은 모래 위에 움쑥움쑥 들어가고, 바닷물은 발밑으로 철썩 닥쳐왔다가 물러가고, 다시 닥쳐왔다가 또다시 물러간다.
나혜석(羅蕙錫, 1896~1948)
호: 晶月. 생존년대: 1892~1946
출생지: 경기도 수원
학력 및 경력: 동경 미술전문대학교 추화과 졸업, 시인, 화가, 함흥영생중학교 교사 역임. ‘廢虛’ 동인
저서 및 작품: 시로는 ‘낸물’, ‘아껴 무엇하리 청춘을’, 소설로는 ‘원한’, ‘희곡’, ‘백결선생에게 고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