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게 생긴 아이를 메주 같다고 겸손이 아닌 기묘한 자학(自虐)을 하게 된 것은 후천적으로 내게 싹튼 가난이 가져다준 비굴성(卑屈性)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와 같은 비굴감이 공연히 쓸데없이 우쭐대는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들의 자존심과 우월감을 비위맞추어 주어 내 입장과 형편을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알았고, 또 이 선도 아니요 악도 아닌 선심이 가끔 어처구니없는 희비극을 자아내게 하기도 하였다.
자기 제자의 처를 보고 선뚯 ‘사모님’하고 불러놓고는 앗차 싶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어쩔 줄 몰라 했던 일 같은 것.
천경자(千鏡子)
호는 옥사(玉史)이며 1924년 11월 11일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학력 및 경력으로는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여류화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국전심사위원을 역임하였다.
국내외에서 17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저서 및 작품으로는 ‘여인소묘’, ‘유성이 가는 곳’ ‘천경자 남태평양에 가다’, ‘천경자 아프리카 기행화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