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 북아띠 | 1,0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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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1
멀쩡하게 생긴 아이를 메주 같다고 겸손이 아닌 기묘한 자학(自虐)을 하게 된 것은 후천적으로 내게 싹튼 가난이 가져다준 비굴성(卑屈性)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와 같은 비굴감이 공연히 쓸데없이 우쭐대는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들의 자존심과 우월감을 비위맞추어 주어 내 입장과 형편을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알았고, 또 이 선도 아니요 악도 아닌 선심이 가끔 어처구니없는 희비극을 자아내게 하기도 하였다.
자기 제자의 처를 보고 선뚯 ‘사모님’하고 불러놓고는 앗차 싶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어쩔 줄 몰라 했던 일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