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윗층으로 올라갔을 때는 ‘잔씨’는 자고 있었다. ‘쑤우’는 차일을 창턱까지 내렸다. 그리고 손짓으로 ‘베어먼’을 다른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 방에서 그들은 불안스럽게 창으로 담쟁이 넝쿨을 응시했다. 이윽고 그들은 잠시 말없이 서로 쳐다보았다. 찬 비가 눈과 섞여 줄기차게 퍼붓고 있었다. ‘베어먼’은 낡은 하늘색 셔츠를 입고 바위대신 주전자를 엎어 깔고 앉아서 속세를 떠난 광부의 자세를 취했다.
다음날 아침 ‘쑤우’가 한시간의 잠에서 눈을 떴을 때 ‘잔씨’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닫힌 녹색 차일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것 좀 올려. 보고 싶으니까.”
그미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쑤우’는 맥없이 복종했다.
O 헨리
미국의 단편소설가 O 헨리(1862~1910)의 본명은 ‘울리암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 파란만장의 청년 시절을 거쳐 한때는 금전관계로 형사사건에 걸리자 남아메리카로 피신했으나 다시 귀국해서 ‘오하이오’ 형무소에서 3년 3개월의 죄수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6백여편에 달하며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다. 그는 서민의 묘사와 재치있는 화술, 능난한 속어 사용 등으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모파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는 예리한 인간 통찰 속에서도 가벼운 풍자를 통해서 서민의 애환을 산뜻하게 묘사하고 있다. 죽음을 상상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그러한 나이의 젊은 여성, 마지막 잎이 떨어지던 날 밤의 노화가의 걸작과 그의 죽음 ― 빛을 못보는 그들의 생활이지만 거기에는 우리가 자칫하면 잊기 쉬운 소박한 인간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