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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크뢰거-세계단편소설걸작선10

사람이 모인 데서 물러갈 때는 허리를 굽히고 발걸음질 해서 문밖으로 나갔다. 또 의자는 다리를 쥐거나 마루바닥으로 끌어당겨 오지 않고 뒤에 기대는 데를 가볍게 들고 와서는 소리없이 내려놓는 것이다. 두 손을 배위에 포개놓고 혀로 입언저리를 핥으며 뻗치고 서 있지는 않았다. 만일에 누가 그렇게 한다면 ‘크나아크’씨는 꼭 같이 흉내를 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그후 일생 동안 이러한 몸가짐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게 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예절이었다. 헌데 ‘크나아크’씨의 무용에 이르러서는 아마 최고도로 무르익은 모양이었다. 깨끗이 치워놓은 살롱에서는 샨델리이의 가스불과 벽에 달린 난로 위의 촛불이 타고 있었다. 마루에는 활석(滑石)가루가 뿌려져 있고 제자들은 말없이 반원으로 둘러 서있었다. 한편 휘장 저쪽 옆..
사람이 모인 데서 물러갈 때는 허리를 굽히고 발걸음질 해서 문밖으로 나갔다. 또 의자는 다리를 쥐거나 마루바닥으로 끌어당겨 오지 않고 뒤에 기대는 데를 가볍게 들고 와서는 소리없이 내려놓는 것이다. 두 손을 배위에 포개놓고 혀로 입언저리를 핥으며 뻗치고 서 있지는 않았다. 만일에 누가 그렇게 한다면 ‘크나아크’씨는 꼭 같이 흉내를 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그후 일생 동안 이러한 몸가짐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게 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예절이었다. 헌데 ‘크나아크’씨의 무용에 이르러서는 아마 최고도로 무르익은 모양이었다. 깨끗이 치워놓은 살롱에서는 샨델리이의 가스불과 벽에 달린 난로 위의 촛불이 타고 있었다. 마루에는 활석(滑石)가루가 뿌려져 있고 제자들은 말없이 반원으로 둘러 서있었다. 한편 휘장 저쪽 옆방에서는 어머니들과 아주머니들이 굵은 빌로오도를 씌운 의자에 앉아서, ‘크나아크’씨가 허리를 굽히고 프록코트 자락을 손가락 둘씩으로 꼬집어 쥐고선 통통 튀는 다리로 마주르카 일부 일부를 실제로 해보이는 것을, 자루 달린 안경을 눈에 대고 바라보고 있었다.
토마스 만
‘토마스 만’은 1875년 북방 독일 항구 도시인 ‘뤼이벡크’에서 태어났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일상생활의 문제성을 제시하면서 현실적인 상황묘사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얼핏 보아 자연주의에 가까운 점도 없지 않으나, 어디까지나 시민사회와 대결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역시 신낭만주의에 속하는 작가라고 하겠다. 그의 예술 수단은 그의 근본적 태도인 ‘이로니’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는 어떤 확신을 갖고 시민사회나 현실 세계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회의가로써 지닌 수 있는 ‘이로니’를 갖고 그것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인물이나 상황을 묘사하며 이것을 최고도로 명료하게 이끌어 올려서, 그 절정에서 어떤 세계와 이에 따르는 인물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수법은 특히 그의 단편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주제가 항상 바뀌지만, 그가 가장 즐겨서 취한 주제는 역시 시민기질과 예술가 기질, 다시 말해서 정신적인 요구와 물질생활의 대립이라고 한다.
‘만’은 실로 80여세의 긴 생애를 두고 대소 허다한 작품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1924년에 발표한 교양소설 ‘마의 산(魔의 山)’으로 세계적이 문호로서 두각을 보이게 되었으며, 이어서 1929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1903년 단편 여섯 편을 엮어서 발표한 ‘트리스탄’에서 ‘만’은 작가로서 자기 자신을 심판하고 있다. 그의 장편소설에서는 정신과 생활의 일반적인 대립을 감지할 수 있지만, 그의 단편에서는 예술가와 시민의 여러 가지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토니오 크뢰거’에 있어서도 ‘만’은 진지한 자기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14세의 소년은 “어느 누구보다 강하게 사랑하는 자가 패배자의 고배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평범(平凡)’에 대한 동경을 느끼게 된다.
‘토니오’는 낭만적인 문인으로서 유년 시절의 감미로운 추억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인간적인 것,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일상 평범한 것에 대한 시민적 애정’을 자기 고백 가운데서 말하고 있다.
‘만’은 공화주의자로서 ‘나치스’ 정권에 등을 돌리고 고국을 떠나 ‘스이스’를 거쳐 1938년 미국으로 이주해서 1944년 이후 미국 시민으로 지내다가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일시 귀국했지만,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1955년 ‘알프스’에 가로막힌 조국을 그리며 ‘스이스’ ‘취리히’ 근교에 있는 ‘킬히베르크’에서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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