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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세계단편소설걸작선8

“소리만 쳐 봐라!” 하고 을러대었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외투를 벗기고 무릎을 채인 것 까지는 알았으나, 그대로 눈 속에 나둥그러진 채 그 다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몇 분이 지나서야 정신이 들어 일어섰다. 그러나 사람의 그림자라곤 이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광장이 몹시 춥다는 것과 외투가 없어졌다는 것을 느끼고 그는 뒤늦게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광장 끝까지 들릴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죽을힘을 다하여 미칠 듯이 부르짖으며 광장을 가로질러 곧장 초소로 달려갔다. 초소앞에는 순경 하나가 장총에 몸을 기대고 서서, 대체 어떤 놈이 저렇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나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순경 앞으로 달려가서 숨을 헐떡이..
“소리만 쳐 봐라!”
하고 을러대었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외투를 벗기고 무릎을 채인 것 까지는 알았으나, 그대로 눈 속에 나둥그러진 채 그 다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몇 분이 지나서야 정신이 들어 일어섰다. 그러나 사람의 그림자라곤 이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광장이 몹시 춥다는 것과 외투가 없어졌다는 것을 느끼고 그는 뒤늦게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광장 끝까지 들릴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죽을힘을 다하여 미칠 듯이 부르짖으며 광장을 가로질러 곧장 초소로 달려갔다. 초소앞에는 순경 하나가 장총에 몸을 기대고 서서, 대체 어떤 놈이 저렇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나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순경 앞으로 달려가서 숨을 헐떡이며, 경찰관이 감시는 하지 않고 졸고만 있기 때문에 강도가 횡행하고 있다고 호통을 쳤다. 순경은 대답하기를 자기는 광장 한가운데서 두 명의 사내가 그를 불러 세우는 건 보았지만 그의 친구들이거니 생각하고 그 이상 눈여겨보지 않았노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자기한테 공연히 욕설을 퍼부을 게 아니라, 내일 지서장을 찾아가서 말하면 지서장이 외투를 찾아 줄 거라고 했다.
니꼴라이 고골리
‘니꼴라이 바씰리예비치 고골리’(1809~1853)는 원래 ‘우크라이나’ 태생이었지만 작품은 처음부터 러시아어로 썼다. 그는 ‘푸시킨’과 더불어 근대 러시아 문학의 기초를 쌓아 올린 뛰어난 사실주의(寫實主義)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우크라이나’ ‘까자끄’ 생활을 서사시적(敍事詩的)인 수법으로 묘사한 <따라스(隊長) 불리바>, 세계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풍자극의 하나인 <검찰관>, 그리고 그의 최대의 작품인 <죽은 영혼>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다.
외투는 고골리의 단편소설 중에서 첫째 가는 걸작으로 주인공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고골리’ 이후의 러시아 문학에서 하나의 전형으로 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도 “우리는 모두 ‘고골리’의 <외투>에서 나왔다”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흔해빠진 파리새끼까지 핀에 꽂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생물학자의 주의조차 끌지 못한” 하잘 것 없는 존재인 ‘인간 타이프라이타’의 생애와 그 불행한 죽음이 한줄기 광명도 없이 어둡고 서글프게 묘사된 이 작품에서 우리는 무한한 애수와 동정과 공감을 느끼게 된다. 다만 작품의 밑바닥을 흐르는 ‘고골리’ 특유의 유머만이 우리에게 유일한 구원이 되어 준다. 이것이 바로 고골리의 이른바 ‘눈물 속의 웃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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