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 0 0 10 25 0 4년전 0

원유회-세계단편소설걸작선9

이제 넓은 길이 가로질러 있었다. 그 좁은 길로 접어드니 연기가 자욱하고 어두컴컴했다. 소울을 두른 여인들, 스코치 나사로 만든 모자를 쓴 남자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남자들이 울타리에 기대어 있었고 아이들은 문간에서 놀고 있었다. 낮은 말소리가 초라하고 조그만 오막살이집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그 중 몇 집은 불이 깜박거려 게 모양의 그림자가 창 너머로 움직이고 있었다. ‘로오라’는 머리를 숙이고 걸음을 재촉했다. 외투를 입고 올 것을 그랬다고 생각했다. 이 웃옷은 너무도 찬란하다! 그리고 긴 벨벳 리본이 달린 큰 모자 ― 다른 모자를 쓰고 왔어도 그렇긴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겠지, 볼 거야, 온 것이 잘못이지, 잘못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되돌아갈 것인가?
이제 넓은 길이 가로질러 있었다. 그 좁은 길로 접어드니 연기가 자욱하고 어두컴컴했다. 소울을 두른 여인들, 스코치 나사로 만든 모자를 쓴 남자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남자들이 울타리에 기대어 있었고 아이들은 문간에서 놀고 있었다. 낮은 말소리가 초라하고 조그만 오막살이집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그 중 몇 집은 불이 깜박거려 게 모양의 그림자가 창 너머로 움직이고 있었다. ‘로오라’는 머리를 숙이고 걸음을 재촉했다. 외투를 입고 올 것을 그랬다고 생각했다. 이 웃옷은 너무도 찬란하다! 그리고 긴 벨벳 리본이 달린 큰 모자 ― 다른 모자를 쓰고 왔어도 그렇긴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겠지, 볼 거야, 온 것이 잘못이지, 잘못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되돌아갈 것인가?
캐더린 맨스필드
‘캐더린 맨스필드’는 1888년 10월 14일 뉴질랜드의 ‘웨링턴’에서 태어났다. 1896년에 ‘웨링턴’에서 가까운 ‘케로리’라는 조그만 마을 학교에 다녔는데 이때부터 그녀는 시나 산문을 읽고 또한 쓰는 것이 좋아서 언제나 베개 밑에 책을 넣어 두었다가 새벽이 되면 꺼내서 읽었다고 한다.
1903년 런던의 ‘퀸즈 칼레지’ 시대에는 교지의 편집을 하는 한편 뉴질랜드 시대의 스케치를 동지(同誌)에 실렸다. 1907년에는 ‘더 네이피브 콤페니온’이라는 호주의 잡지에 세 개의 스케치를 보내어 편집자로부터 작품이 너무도 훌륭하여 이건 연소자의 창작이 아니라는 평까지 받게 되었다. 이 때 18세이었다.
1912년에 문예평론 잡지 ‘더 리듬’을 발행하고 있던 ‘죤 미들턴 모리’와 결혼하여 취미와 목적을 같이하는 두 사람의 생활은 행복한 것이었으며 그로부터 용기를 얻고 또한 재능을 배양하였다. 당시의 모든 젊은 작가들이 그랬듯이 그도 또한 ‘체홉’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인간생활의 극적이 면보다도 흔히 있는 일가운데 충분한 의의를 인식하여 그 일에 대한 마음의 묘한 비유로서 표현하였다. 그것이 즉 인생의 편린이며 진리의 편모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작품 가운데는 흥미진진한 줄거리나 시원한 종말이나 대담한 인간 본연의 행동에 대한 묘사 등은 없다. 그러나 그 반면 인간의 행복과 비애의 그 포촉하기 어려운 원인을 탐구하기 위하여 인생의 외관을 꿰뚫을 수 있는 부드럽고도 섬세한 기교가 풍부한 것이다.
1923년 1월 9일에 폐병으로 오랫동안 고통 끝에 아깝게도 34세의 짧은 생애를 마쳤고 88편(15편을 미완성)이나 되는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여기에 실은 ‘원유회(園遊會)’는 그녀의 후기 작품으로서 비교적 많이 읽혀지고 있는 원숙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