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017

외로움과 나

전영택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129 3 0 14 2021-08-14
나는 외로왔다. 외롭다. 외로움은 한평생 나를 떠나지 않고 내 뒤를 따른다. 어떤 여자가 홀로된 팔자를 고쳐 보려고 하다가 하루는 밤길을 터덕터덕 가고 있었다. 달밤이었다. 무엇이 노상 앞장을 서고 있었다. 이리 가면 이리 가고 저리 가면 저리로 앞서 가고 하는 것이 몹시 이상스러워서 그 앞서 가는 그림자를 보고, 「네가 무어냐?」 고 물으니, 「나는 네 팔자다.」

말 한마디

조풍연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116 2 0 12 2021-08-14
이것은 어류(魚類) 학자 정문기 박사한테서 들은 이야기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어느 때, 미국의 수산(水産) 행정가 한 사람이 우리 나라에 나타나, 이쪽의 수산행정가를 만나서 한국의 어선이 우리 한국 영해 및 공해에서 잡는 연어에 대해 시비 (是非)를 가리자는 것이었다. 그 미국인은 비유해 묻는 것이었다. 「만일에, 당신네 닭장에 우리 닭이 들어갔다면, 당신네는 그 닭을 자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소?」 이때 우리 쪽 행정가는 서슴치 않고 「그거야 당신네 닭이지, 어찌 우리 닭이겠소?」

번민과 고통

한용운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116 2 0 11 2021-08-14
자유가 없으니까, 눈이 있으나 입이 있으나 없으나 다름이 없습니다. 손이 날래고 발이 튼튼하다 하더라도 아무 보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통을 느끼어 갑니다. 그러나 이 고통을 물리치려고 없이 하려는 태도로, 수단을 부리고 길을 취한다 하면, 고통은 점점 더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이 고통의 탈 가운데서 뛰어나와 쾌락하게 평화로운 영적 활동을 계속하여 가면, 고통은 자연히 없어질 것입니다. 고통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썩어지는 큰 나무

함석헌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126 2 0 23 2021-08-14
초부목동(樵夫牧童)의 발자취는 이르지도 못하는 깊은 산골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뿌리는 만세반석(萬歲磐石)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 꽉 박혀 땅속의 깊은 정기 빨아올리고, 키는 3백 척이 넘어 검푸른 얼굴을 구름 위에 내밀고 하늘의 영원한 바람을 받아 마셨다. 굵은 가지는 사방으로 퍼져 푸른 차일 구름같이 벌리고, 우뚝하고 버텨서는 몸집은 틀지고도 억세어 마흔 사내가 둘러서도 헤아릴 수 없었다. 나이 몇 살인지 일러줄 사람도 없고, 온몸에는 춘풍 추우에 씻기고 상한 자취도 산 역사의 기록이 가득 하였는데, 퍼렇게 이끼조차 성하여 더 거룩한 빛을 더하고 있었다.

돼지의 대덕

설의식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433 3 0 17 2021-08-14
먹기만 하고 놀기만 하는 돼지의 살림을 〈악(惡)〉으로 지목하여 모두들 나무라기만 한다. ’제 똥 구린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마는 책기(責己)엔 불충(不忠)이요 책인(責人)엔 충(忠) 인식으로 책돈(責豚)에는 어찌도 그리 충실한가 먹기만 하고 놀기만 하여서 그야말로 돼지같이 살찐 사람이 인세(人世)에는 과연 없는가? 돼지는 놀고 벅을지언정 그래도 최후는 〈살신성인〉의 대희생을 천성으로 각오한 짐승이다. 사람에게 이 각오가 있는가? 중생의 번영을 위하여 자신의 1명(命)을 버리는 희생, 그를 감수하는 대덕을 가진 자 과연 몇이나 되는가? 글 아는 돼지가 있어서 만일 이 글을 읽는다면 독파(讀破) 지 차(至此)에 빙그레 웃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반성하여 대곡할 ..

어머니

심연섭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117 5 0 6 2021-08-14
무소부재(無所不在)하시어 온 누리에 구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무소불능(無所不能)하심에 어떤 난경에서도 쉽사리 죄진 대중을 구원하신다는 관세음. 그 부처님의 형상이 여상(女像)으로 현세에 임하시므로 우리는 그 대자대비하신 용모에서 구원의 어머니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제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 분, 아무리 무리한 떼를 써도 너그럽게 용납해 주시는 분, 몇 해 동안 바람을 피우느라고 집을 비워도 밤잠을 주무시지 않고 언제나 대문을 열어 놓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분이 우리들의 어머니시라면 바로 그 어머니가 관세음의 현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노란색 지붕

유경환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107 3 0 17 2021-08-14
노란색 지붕 밑에 한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주일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는 동화 같은 생각을 하기에, 전화가 올 때까지 나는 가로 세로 지붕들을 세어보기도 하고 그 지붕들을 뜯어내고 초가지붕을 씌워보기도 했던 것이다. 왜 혼자 사는 것은 외로운 것일까. 미시건의 집구조나 지붕색깔과는 하여간 어딘가 좀 다른 데가 있어서, 나는 이유없이 이 집에다 내 마음을 붙여보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 지붕 밑에 사는 사람들은 미시건 사람들과 좀 다른 모양으로 생겼으며 사고방식도 생활양식도 좀 다르려니 하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르다면, 이왕 다르다면 동양인과 가깝게 달랐으면 하는 기대감을 걸고 내려다보았던 것이다.

멋있는 여인상

윤형두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109 4 0 15 2021-08-14
우리는 많은 아름다운 여성을 본다. 긴 여행을 하는 동안 차창에 기대어 식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듯한 그 애수(哀愁)띤 아름다운 여성을 본다. 호숫가에 다정한 연인과 나란히 앉아 밀어를 속삭이는 귀여운 여성을 우리는 본다. 사이클을 타고 통일로 아스괄트 위를 파란 머플러를 날리며 질주하는 젊고 발랄한 여성을 우리는 본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날 남이섬을 돌아가는 모터 보우트 위에서 젊음의 찬가를 합창하는 그 명쾌하고 생동하는 여성을 우리는 본다. 우리는 거리에서, 다방에서, 비어홀이나 레스토랑에서 그 많은 아름다운 여성들을 본다. 그러나 그 많은 아름다운 여성 속에서 나는 멋있는 여인을 접하기보다 항시 멋있는 여인을 동경해 왔다.

남성과 여성

강원용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122 3 0 13 2021-08-14
인간생활의 모든 면이 때와 장소를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그 모든 삶의 배후에 흐르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언제나 같은 것이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참으로 신비스러운 일이다. 그러기에 옛날 잠언을 쓴 기자는〈내가 심히 귀히 여기고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한 자리라〉고 하였다. 나는 중학 시절에 하나님께서 왜 인간을 남자와 여자들이 서로 다르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하나님의 실수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 자신 안에 남녀를 다 포함하게 만들었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차츰 나이가 들어 가면서 생각할수록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만들었으면서 서로가 사랑으로 관계를 맺어 살게 한 것은 매우 잘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만약에 ..

나무

김광섭 | 북아띠 | 1,000원 구매
0 0 122 3 0 22 2021-08-14
산에 나무가 무성하면 그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점도 많거니와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흐믓하게 해주기도 한다. 나무가 울창한 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 신화적인 생존자들 같기도 하다. 이런 데서 산림의 사상(思想)이라는 것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신화의 발생이 곧 그것인 것이다. 그러므로 잘 사는 나라에는 산에 나무가 울창하고 또 신화나 전설이 많다. 따라서 나무는 인류의 문화에 까지도 관련된다. 나무는 주로 산에 산다. 사람의 대부분은 나무처럼 산에 사는 것이 아니고 들에 살지만 그 나라의 인구가 부조리하게 늘어나면 원인이야 따로 있겠지만 간접적으로 산까지 해를 입어 점점 황폐해져서 나무가 자연 그대로 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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